대학과 반지성주의 -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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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22-05-24 16:01 조회2,9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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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반지성주의 -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광주일보 2022년 05월 24일(화) 01:00
대학 교원 제도는 너무 복잡하다. 조교수·부교수·교수로 불리는 이들은 대개 정규직 전임 교원이다. 강사·외래 교수·초빙 교수·강의 전담 교수·연구 교수·겸임 교수·산학협력 교수·대우 교수 등으로 규정된 이들은 비정규 교수이다. 비정규 교수인 시간 강사는 2019년부터 강사라는 법률 용어로 대체되고, 정규직 전임 교원이던 전임 강사는 2008년부터 법률에서 삭제됐다. 비정규 교수들에게도 연구 조교수, 강의 전담 부교수처럼 전임 교원 직급을 덧붙여주기도 하고, 일부는 비정년 트랙 전임 교원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원체 복잡해서 대학교수조차 전모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나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은근히 짐작하고 있던 전임 교원과 비정규 교수 사이의 낙차를 충격적으로 각인시켜 주었다. 2010년 4년제 대학의 평균 강의료는 3만 6400원이었고, 강사의 평균 강의 시간은 4.5시간이었으며, 대학은 1학기당 15주의 학사 기간을 운용한다. 이 평균 강사의 연봉은 491만 4000원이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만, 시간을 많이 뺏기면 연구력을 유지할 수 없고 강의를 계속할 수도 없다. 무간지옥이다. 전임 교원은 강사 배정권은 물론 교원 채용 심사권도 갖고 있다. 불속의 강사에겐 하늘에서 내려온 굵은 동아줄이었을 것이다. 이성을 잃을 만한 상황인 것이다. 참고로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평균 강의료는 6만 6000원, 여전히 논문 대필과 채용 뇌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35년 발표된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에서 볼 수 있듯 초엘리트들만 교육받던 식민지 시대부터 대학에서는 강사를 착취해 왔지만, 대학 진학률이 70%에 이르는 2022년이 되도록 강사는 노동자로서의 생계는커녕 직장 건강보험 가입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고등교육 정상화를 회피해온 역대 정부의 일관된 무책임이 빚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대학 전임교원들이 조장해 온 일이기도 하다. 강의를 맡길 수는 있지만 동료 대접을 안 해도 되는 비정규 교수들이 지옥에서 견뎌 줘야 전임 교원들은 논문 편 수를 채워 줄 학회지 운영도 떠맡길 수 있고, 연구재단 계획서와 보고서도 떠맡길 수 있고, 잡무에 일절 손대지 않고도 학술대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학회 뒤풀이도 저절로 한 상 차려지게 만들고, 소장을 맡은 대학연구소도 저절로 굴러가게 만들 수 있으며, 심지어 논문 자료를 자판기처럼 뽑아볼 수도 있다. 이렇게 낙차를 즐기다가 한 걸음만 더 가면 대필 논문과 채용 뇌물이 기다리는 것이다.
전임 교원들은 대학 안의 기득권에 젖어 대학 밖의 세상엔 무심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 일터에서 강사들이 무간도의 길을 걷고 있는데 못 본 척 연구실 문을 닫는 사람들이, 공동체의 고통에 관심을 갖기가 쉬우랴. 우리 사회도 온통 무한 경쟁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무한 경쟁의 낙차를 즐기는 대학 지성에게 사회가 무슨 기대를 가지겠는가? 반지성주의 역시 대학이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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